[월드컵] 실축했다고 살해 협박…콜롬비아 축구 32년 전 비극 잊었나

[월드컵] 실축했다고 살해 협박…콜롬비아 축구 32년 전 비극 잊었나

링크핫 0 178 07.1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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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하민톤 캄파스.
콜롬비아의 하민톤 캄파스.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결정적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콜롬비아 축구 대표 선수가 살해 협박을 받아 귀국도 못 하는 일이 벌어졌다.

콜롬비아축구협회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스위스와의 경기 이후 하민톤 캄파스(26)와 그의 가족을 향해 가해진 생명과 신변에 대한 협박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어떤 선수도, 또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국가를 대표해 스포츠 무대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협박이나 위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캄파스와 그의 가족, 콜롬비아 국가대표 선수단에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면서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밝혀내 처벌할 수 있도록 조속히 필요한 수사를 해달라고 수사당국에 요청했다.

콜롬비아는 지난 8일 열린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스위스와 연장전까지 0-0으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8강행이 좌절됐다.

아르헨티나 프로팀 로사리오 센트랄에서 뛰는 2000년생 미드필더 캄파스는 이날 후반 21분 교체로 투입된 뒤 연장 후반 5분 상대의 치명적인 패스 실수를 틈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으나 왼발 슈팅이 골문을 크게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는 결국 승부차기로 이어졌고, 캄파스는 세 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넣었으나 콜롬비아는 무릎을 꿇어 대회를 마감했다.

경기 뒤 캄파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그와 그의 가족을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살해 협박 글까지 올라왔다.

캄파스는 SNS 댓글을 차단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신변 안전을 우려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귀국하는 항공편에도 탑승하지 않았다.

아쉬워하는 캄파스.
아쉬워하는 캄파스.

[로이터=연합뉴스]

캄파스는 SNS에 그라운드에서 웅크리고 앉아 괴로워하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과도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먼저 "콜롬비아 국민으로서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모두가 바랐던 기쁨을 전해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뒤 "축구는 어려운 순간들도 함께하는 스포츠다. 지금은 이번 경험에서 배우고, 다시 일어나 더 강해지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만큼은 절대 잃지 말아달라.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좌절과 슬픔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어떤 열정도 증오를 정당화하거나, 누군가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은 콜롬비아 축구 역사의 비극 가운데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개최국 미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었고, 콜롬비아는 1-2로 져 결국 일찌감치 짐을 쌌다.

이후 에스코바르는 콜롬비아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귀국 후 고향인 안티오키아주 메데인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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